전북도립미술관 글. 김미량
"말의 형상을 통해 실존적 고민을 거듭하는 자아"
작가는 생명의 끊임없는 비약(飛躍)과 자발적인 약동(躍動)을 통해 폭발적인 힘으로 긍정에너지를 표출한다. 이러한 에너지에 근본을 엘랑비탈(Élan vital)의 개념과 같다고 한다. 엘랑비탈은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Bergson, 1859~1941)의 저서 《창조적 진화》(1970)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엘랑(Élan)은 도약과 약동을 의미하고 비탈(vital)은 생명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의 조합이다. 이는 “생명은 주어진 여건 아래에서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며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에너지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생명의 도약을 달성하는 근원적인 힘’을 말하는 것이며 ‘진화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질적 비약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생명의 근원의 비약’을 뜻하며 생명에너지가 분출되는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힘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에 삶의 과정에도 필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할 수 있다. 결국 그것은 생명 그 자체의 추진력에서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에너지가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긍정에너지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생명의 움직임, 아마도 기(氣) 또는 생명에너지로써 형체는 없지만 우주를 가득 채우고 유영하고 있다면 작가는 이러한 에너지의 기운을 말(馬)의 형태로 작품 속에 표현한다.
‘말(Arete horse)’은 생명체가 지닌 활력과 교감 그리고 동물적 특성을 보여주며 인간과 밀접한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말은 다양한 의미를 강렬하게 전달시키는 다중적인 모티브로 작용되어져 왔으며 강한 힘의 원천으로 상징적 의미를 지녀왔다. 또한 인간을 태우고 빠르게 이동하는 유일한 동물로 순종적이며 지능이 높아 천성적으로 인간의 지시를 잘 따르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능력과 성향은 인간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로서 수천 년간 인간과 함께해왔다. 긍정적인 이미지로써의 말은 작가의 상상 세계와 결합하여 작품으로 나타난다. 작품에 등장하는 말은 동물의 모습이 아닌 생명에너지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로써 작가의 강한 붓 터치와 색들의 혼합을 통해 하나의 형상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며 끊임없는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각적으로 재현되는 것 뿐만 아니라 일종의 모티브로써 자아와 일치된 교감으로부터 말이라는 영감을 얻는다. 조형적인 표현에서의 이해 뿐만 아니라 정신의 영역에서 상상의 실체에 대한 이미지의 본질적 의미를 찾게 된 것이다.
말은 다양한 색을 내뿜으며 작품 밖을 응시하며 강하게 노려보고 있는 듯 하지만 그것은 곧 따뜻한 시선임을 읽을 수 있다. 아마도 생명의 따스한 에너지를 통해 치유 그리고 위로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응시를 통해 발견한 생명의 본질과 자아성찰로 개인의 삶을 비추어 보며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치유의 역할로 작용한다. 또한 우리는 ‘나’의 존재에 대한 고찰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 그리고 더불어 끈질긴 생명력의 발견을 통해 삶의 의지를 되새기기 수 있을 것이다. 응시와 사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에는 몰입한 대상과 자아의 본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삶의 순환을 응축하여 친숙함과 존귀함을 느끼고 자연의 섭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발광(發光)하며 흐르는 다양한 형태들의 수많은 색채표현은 무제한적으로 자유롭게 변화하는 터치들과 만나 생명력의 강한 발산과도 같은 진동의 신비로움을 보여준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색들과 표현들의 이면은 생존을 위한 치열하고 맹렬한 내적 강인함을 통해 생명이 가진 숭고함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선한 생명에너지와의 만남은 삶의 기준을 제시하고 불안을 긍정에너지로 변화하는 법을 깨닫게 하며 작품 속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자아의 모습을 찾고 새로운 경험으로 거듭나 나를 찾아 가는 과정의 연결통로로 작용된다. 결국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실존적 고민을 거듭하는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찾고자 하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가치 그리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와 온전히 자신에 존재 가치에 대해 집중하고 정신세계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된다.
말은 동물의 모습이자 인간의 모습이고, 자연이자 문명이며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인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전북도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