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EQUUS

"지혜로운 호모 사피언스 사피언스라는 인간은 감각의 호모 에쿠스"

글 김승환

 

말(Equus) 

인간이 가축화를 목표로 길들인 동물 중, 그 목적을 식용에 우선시하지 않은 것은 개와 말 두 개체 정도일 것 같다. 

개는 육식성 동물인 늑대를 조상으로 하기에 비교적 작은 몸짓과 공격성, 영민한 후각으로 인간에게 이용가치가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말은 대표적인 초식성 동물로 많은 육질을 얻을 수 있음에도 식육을 주목적으로 가축화하지 않았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말을 먹느니 기수를 먹겠다”던 앵글로색슨인들의 이야기를 보면 그 생각이 얼마나 확고한 것인지 보여준다. 

말이라는 동물에게는 학문적이고 과학적인 결과 보다는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또 다른 이유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말의 다양한 용도 중에 제물의 목적으로 제사를 위한 희생용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주로 기원과 종교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제의식에 말을 제물로 바쳤다는 의미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책과 기록을 통해 보는 것보다, 실제로 말을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말의 커다란 육체와 강인한 근육 그리고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 그리고 맑고 큰 눈… 간접적인 정보들만을 통해 막연히 그려 보던 머릿속의 이미지와는 많은 것들이 다르다는 것을 실제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야생의 상태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 어떤 짐승도 해코지하지 않고 살아가는 말(강인한 힘을 가졌음에 불구하고)을 보며 신성한 의미로 여겼던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인간(Homo)

인간은 힘의 크기를 표현 할 때 마력(馬力)이라는 단위를 쓴다. 

말 몇 마리 정도가 끄는가를 단위화하여 각종 운송 수단, 엔진 따위의 성능을 표현한다. 

유럽중심의 마차 문화가 만들어낸 수치 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인간에게 친숙하며 이로움이 있었기에 거부감이 없었을 것이다. 

호랑이나 사자와 같이 맹수의 힘은 말보다도 날카롭고 강하지만, 인간사회의 그 어떤 기준에도 활용되지 않는다.  완력 또는 치악력을  호력(虎力)이나 사력(獅力)을 이용해 표현할 법도 하지만, 그런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의 중요한 이유는 위험함 일 것이다. 누군가를 해치고 아픔을 주는 강력한 힘은 오히려 우리에게 ‘두려움의 대상’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커다란 몸짓과 힘, 위풍당당한 자태를 이용해 수많은 전쟁에 말을 무기처럼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본래 말은 풀을 뜯어 살아가는 초원의 평화로운 동물이었다. 불과 칼의 예처럼 철저히 인간의 욕심으로 잔인한 곳에 쓰인 것뿐이다.  가장 완벽히 가축화된 종(種)는 인간 스스로였기에 말의 원초적인 근육을 통해 자유로운 힘을 책임지기 버거웠을 것이다.

 

 

호모 에쿠스(Homo equus)  

원초적인 생명에너지는 발달된 근육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운동 속에 느낄 수 있다. 

기계들의 톱니바퀴가 연결되어 흩트림 없이 움직여지는 배열된 모습 속에는 느낄 수 없는 광경이다.  인간이 만든 기계들은 고조된 움직임 속에 과열 되지만, 생명의 무르익은 움직임 속엔 그저 살아가야 하는 뜨거움만이 존재한다. 

손진형과 정킹 두 작가는 말을 통해 생명에너지의 열정을 보았다. 

그것은 경외감이라는 말처럼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본 말은 사람에 의해 길들여진 말이다. 

그것은 말의 힘을 통제하여 균형적인 에너지를 표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 마리 동물로서 원초적인 생명에너지 속에 두려움의 감정들이 지나가지만, 

곧 그 선의적인 힘은 그들만의 또 다른 표현방식으로 각각의 작업 속에 담겨있다. 

그들이 직접 마주하여 몸으로 체험한 말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흔히 기마민족의 박자는 3박자를 기본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두 발로 이족 보행을 하는 인간이 느끼는 박자가 아닌 네 발로 뛰어가는 말이 느끼는 박자감이다. 

말 위에서 몸을 통해 쌓인 감각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박자이다. 

이처럼 머릿속 상상이 아닌 몸의 경험으로 신체적인 능력이 월등한(인간보다) 생명체와의 조우는 어떤 것이었을까? 모든 궁금증은 그들의 작품이 말해 주고 있다. 

 

 

그 속에서 자칭 가장 지혜로운 ‘호모 사피언스 사피언스(Homo sapiens sapiens)’라는 인간은 감각의 ‘호모 에쿠스(Homo equus)’를 새로이 발견 할 것이다. 

 

 

 

© 2014 by Renason ART FACTS

Copyrightⓒ by REN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