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麒麟) 상상 속 동물

"희망과 행복, 성공을 전해주는 동양 신화 속 유익수(有翼獸) "

지난 작업들의 키워드였던 Arete horse는 그리스어로 심신 두 측면이 모두 훌륭한 상태로 사람이나 사물이 가지고 있는 탁월성 유능성 기량 뛰어남을 의미하는 합성어이다.

말이 가진 본디 기질은 겁이 많고 온순해서 태초부터 사람에게 전쟁과 생활을 위한 동반자로 공존한 동물이다. 그 파워와 섬세한 기운은 워낙 강력하다보니 동경의 대상이었던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방어기제가 한번 발휘되면 그 힘을 사람이 조절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말은 상대를 먼저 해하거나 하는 법이 없다. 대신 주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감각들이 발달되어 있는데 극대화된 감각의 신경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기린(麒麟)

상상 속 동물인 기린은 그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

   옛 화가들에 의해 그 의미를 제외하고는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하게 재현되어 온 것을 보면 그 의미에 부합되는 형상은 표현하는 이의 주관이 바탕이 된 이유였던 것 같다.

기린은 희망과 행복, 성공을 전해주는 동양 신화 속 유익수(有翼獸) 중 가장 대표적인 동물로 용 봉황 거북과 함께 사령(四靈)수의 하나이다. 성인(聖人)이 세상에 태어날 때 그 전조(前兆)로 나타나는 뭍짐승의 우두머리 신수(神獸) 기린의 중요도는 고대 분묘 미술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린의 전설과 상징 때문에 고려시대엔 왕을 호위하는 호위군을 기린군이라 칭하고 기린을 수놓은 깃발을 세워 그 위용을 떨쳤다. 최근에는 통일신라시대 천마총의 천마도가 기린도란 의견이 제기 되었는데 말이냐 기린이냐의 진위여부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기린의 주요 모티브가 말의 형태에서 비롯되었던 점은 유추해볼 수 있다.

조선왕조에 이르러 왕도정치에 상징으로 적극 이용되어 왕족을 비롯한 관직의 높고 낮음을 구별하는 표장(表章) 즉, 흉배(胸背) 가 제정되자(단종 2년/1454년) 기린은 그 고아한 상징성과 높은 품격으로 왕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문양으로서 대군의 흉배에 금사(金絲)로 수놓아져 왕실의 권위와 품격을 나타냈던 상서로운 동물이었다.

설문(說文)과 이아(爾雅)에 나타난 기록을 보면, 사슴의 목에 소의 꼬리와 한 개의 뿔을 지니고 있으며 땅을 밟지 않고 이슬을 먹고 산다는 설명이 있지만, 실제로 조형된 대부분의 기린을 보면 그 형태가 말인지 사슴인지 불명확한데, 설문에는 '마신우미일각 (馬身牛尾一角)'을 삼았다고 볼 수 있다 기록되어있다.

 

Arete horse 기린(麒麟)을 꿈꾸다.

전시를 계획함에 두 가지 측면에서 고민하였다.

첫째 표현적인 측면에서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색채의 표현을 즐기는 나에게 정해진 형상이 없는 상상 속 동물은 더할 나위 없는 소재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두 번째는 의미가 작년 개인전과 발전적 연결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Arete란 단어가 의미하는 뜻은 동양에서의 공자가 태어났을 때 나타났다는 기린이란 동물과 매우 흡사한데 유교사상에서 강조하는 덕과 인(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기린의 의미는 평범한 말의 모티브로 이미지화 되어 선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훌륭한 몸과 기능을 단련해 나갈 때 오래토록 신화화 하고 동경해 오는 특별한 존재로 상징화 될 수 있다는 의지와 믿음을 담고 싶었다.

  색채는 곧 섬세한 감성이고 경험이며 형상이다.

가치기준의 중심을 내적자아와 외적자아 중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혼란으로 현대인은 어지러운 삶을 살고 있다. 많은 것들을 소유해도 늘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주된 기운이 생의 에너지가 아닌 미디어 같은 인공에 존재하기 때문이다.공허한 감정을 어떻게든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를 찾고자 그토록 많은 색채의 조합을 반복해 왔는지 모른다. 무채색 세상의 색을 찾아 입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수많은 드로잉과 색채의 고민을 통해 이르게 된 삶의 기준은 생의 에너지가 가득한 말과의 애착과 소통을 통해 구체화 되었다.  

 

  선한 생명에너지와의 만남은 삶의 기준을 제시하고 강요하진 않았지만 대립되는 면과 불안을 긍정에너지로 변화하는 법을 깨닫게 해주었다. 크고 깊은 눈, 완벽한 신체, 힘찬 에너지를 고루 갖춘 말이 인간과 동행해주며 미약한 마음과 신체에 선한 에너지를 나누어 주는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이었다.

현대인은 저마다의 울타리에서 서로에게 힘을 주면서 주어진 삶 안에 각자의 의무를 다하고 살아가고자 한다. 고삐에 순응하면서 사람과의 동행을 기꺼이 선택해주는 말의 기질은 가정의 일원으로 사회적 구성원으로 다양한 역할과 관계를 맺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있다.

(표현방식)

나의 작업은 표현방식에 있어 다섯 가지의 원칙을 따른다.

 

1.그리기를 통한 대상의 표현이 아니라 대상을 통한 그리기여야 할 것

2.평면적 그리기가 중심이 될 것.

3.시작할 당시의 물성과 빛을 유지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할 것.

4.다의적 해석을 담은 색채의 중첩 및 조합을 통해 전체를 드로잉할 것.

5.전체 또는 부분의 즉흥표현이 완성작에 우연성을 담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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